아이들과 함께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등산.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 산을 타고 넘어가는 길에 있던 보리밥집을 맛 보여주고 싶어 선택한 산행길
송광사에서 선암사까지의 고된 여정이 될 줄 몰랐던 초행산길이였다.
원래는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는 길이 보리밥 집과 더 가깝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기억의 오류로 인해 송광사에 주차를 하고 선암사를 넘어가 보리밥을 먹고 하산하는데 하산길도 모르다 보니.... 실수를 해버렸다. 그 덕분에 산을 조금 헤매었다.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넘어오는 중간에서 쉬다가 딸의 얘기에 더 섬뜩했던 길
"엄마,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돼지소리 같아"
어디선가 우리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멧돼지를 생각하다 보니 딸에게 우리를 두고 혼자 쉬고 있는 아빠를 험담하게 되었는데 우리 자녀들은 아빠 험담을 듣고만 있지 않는다. 아빠가 엄마 험담을 하든 엄마가 아빠 험담을 하든 아이들은 자존감이 꽉 채워져 있는 건지 아직 어린아이 이기 때문에 그런 건지 누군가 험담하면 그대로 "아빠, 엄마가 아빠 험담했어" 일러바치지만 남편은 "아빠도 알고 있어"
부부의 신뢰도도 대화가 단절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연애 1년 부부가 된 지 15년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연인의 시간 아이 셋을 낳고 살다 보니 조용한 날이 없다.
그 덕분에 아이들 이야기를 소재만으로도 여러 이야기를 풀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집은 즐겁다.
다사다난했던 경험들 추억들이 있어 우리 집 우리 가족의 울타리가 튼튼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게 상호 그대로인 조계산 보리밥집
우리의 목적지인 보리밥집에 도착했다. 팻말에는 5시까지라고 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4시 30분이었다. 배가 고프니 보리밥을 시켰다. 보리밥집에서도 여러 가지 나물과 함께 비빌 수 있는 비빔그릇을 준다. 보리밥과 여러 가지 나물을 비빔그릇에 넣고 비볐다. 매운걸 아직까지 못 먹는 막내는 된장국과 보리밥을 먹었다. 그냥 먹을 수 있는데도 빨간색만 보면 맵다고 하니까 그래도 바삭바삭한 파전은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다. 고된 산행이어서 그랬는지 꿀맛이었다. 순천에서 보리밥집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가 있듯 보리밥집이 유명한 곳이 많다. 그중에 선암사와 송광사 사이에 있는 조계산 보리밥집이 원조이다. 가게 상호조차 원조 보리밥집이라고 쓰여있기도 하다. 더 유명한 곳은 산행이 힘든 사람들도 많기에 순천에 벽오동이라는 유명한 보리밥집이 있다. 예전에는 허름한 집 같은 곳에서 먹었을 때 가격도 착했고
맛도 좋았었는데 현재 예쁘게 건축되어 있어 현대식으로 바뀐 벽오동 디자인에 더 신경을 썼는지 테이블보다 더 큰 그릇들도 많고 맛은 여전히 맛있는 것 같지만 예전의 그 특유함을 찾아볼 수가 없어 아쉬울 뿐이다.
가격도 너무 인상이 많이 되었고 불고기도 추가금액을 내고 먹어야 하지만 불고기를 추가하지 않아도 수육이 리필이 되니 더 좋은 것 같다. 리필이 되기도 전에 배가 부르기도 하니깐 말이다.
배가 차고 슬슬 어둑어둑 해지고 있어 부랴부랴 산을 내려오는 길을 보리밥집 사장님께서 알려주셨는데
우리는 밤 7시가 되어 불빛하나 없는 산길과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숲길에서 겨우 선암사로 도착을 하였다. 너무 지칠 대로 지쳐버린 가족이었다. 고된 산행이었는지 몸살이 나고 수술한 다리도 멀쩡하진 않았다.
며칠이 지나 제대로 회복하였는데 그전에 절뚝거리고 다니던 다리가 멀쩡하게 잘 걷게 되었다.
너무 운동을 안 해도 좋지 않다는 게 바로 실감이 났다. 우리 집 유일한 하나뿐인 딸이 하는 말
"이제 두 번 다신 산에는 안 따라갈 거야"라고 엄포를 놓았다. 산을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막내는 체력이 좋은지 산을 뛰어다녔다. 그래도 힘들었는지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올라오기전에 집에서 물을 챙겨오고 마트에서 초콜릿같은 간단한 간식도 챙겨와서 조금씩 쉬면서 올라갔는데 우리가 송광사에서 선암사까지 보리밥집에서 밥을 먹고 온 시간까지 합하면 등산시간은 6시간이 걸려 하산을 하였다. 나도 이 산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20대 대학시절 때 교수님과 선배들과 동기들과 올라왔던 게 전부였으니까 이렇게 내 추억 한 페이지에 즐거웠던 대학시절이 있었듯 우리 가족의 한 추억페이지에 저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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